확진자 동선이 공개되며 온라인 상에서 오가는 그에 대한 평가와 험담, 온갖 욕들을 보고 있자면
현재 방식의 확진자 동선공개는 주변인들에게 고스란히 한 개인의 일상을 낱낱히 까발리는 방식입니다. 성별과 나이와 함께 한 개인 단위의 동선이 시간 순으로 정리되어 공개됩니다.
그리고 이 동선이 공개될 때마다 많은 사람들으 그 동선에 대해 ‘평가’를 합니다.
이게 최선일까요? 어쩔 수 없는 희생일까요?
정부에서도 개인정보노출에 대한 문제를 희미하게 인식은 했는지 이제 익명 검사가 가능하다고는 합니다. 물론 익명검사가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건, 검사과정에서의 개인정보노출이 아니라, 확진되었을 때 자신의 동선이 대중에게 공개되는 일이니까요.
현재의 확진자 동선공개 방식은 문제가 너무 큽니다. 다행인 것은 개선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는 것이구요. 그걸 안해서 문제지요.
할 수 있는 걸 생각해보면,
성별과 나이, 과연 필요한 정보일까요? 치료하는 의료진은 알아야할 정보지만 대중에게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는 목적을 생각해본다면 성별과 나이는 꼭 필요하지 않습니다.
확진자 동선을 개인별로 분류/정리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을까요? 현재는 한 개인의 이동경로를 시간 순으로 정리하여 공개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정보는 “언제, 어디”일 뿐, “누가, 언제, 어디”가 아닙니다. 한 사람의 최근 역사를 시간 순으로 정리하여 보여줄 필요가 없는 것이죠.
또한 이 방식은 대중들이 정보를 이용하는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입니다. 예를 들어, 생활 지역이 신촌인 한 시민이 확진자가 다녀간 동선을 자신의 동선과 비교하기 위해서는 신촌을 다녀간 모든 확진자의 동선을 취합하는 수고가 필요합니다. 애초에 확진자 동선을 개인이 아닌 지역으로 분류/정리하여 공개한다면 신촌 혹은 서대문구와 같은 지역 단위로 정리된 자료만을 살펴보면 될 일입니다. 지역별로 분류된 정보는 개인을 노출시킬 위험도 지금의 방식보다 현저히 적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그 외에도 여러 확진자의 동선을 pool로 묶어 함께 공개하는 등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며 공중보건을 희생시키지 않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시민사회와 인권을 위해 살아왔다는 정치인들이 이 문제에는 다들 입을 다물고 있네요. 개인정보노출과 그로 인한 인권의 문제에 왜 다들 눈감는 걸까요. 심지어 개인정보노출이 무서워 숨는 이를 양지로 나오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공중보건에 도움이 될텐데 개인정보보호에 어쩌면 이토록 무심한 건지 일련의 코로나 관련 사태 양상들에 마음이 답답합니다.
확진자 동선이 공개되며 온라인 상에서 오가는 그에 대한 평가와 험담, 온갖 욕들을 보고 있자면, 일부러 그러는 거같기도 합니다. 코로나로 인한 이 엄청난 스트레스 상황에서 현재의 방식은 성난 대중에게 씹고 뜯을 것을 툭툭 던져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