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의협 파업 여파에 수술연기·외래 축소…응급실 못찾아 40대 사망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지난 26일부터 사흘 간 주최한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은 마무리 됐지만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전임의(펠로)들이 무기한 파업을 이어가고 있어 전국 곳곳에서 진료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28일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서울 시내 대형 병원에서는 전공의들에 이어 전임의들도 속속 진료 거부에 나서면서 정규 수술이 줄줄이 연기되고, 외래진료 축소, 신규환자 입원 중단 등 진료 공백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이날 전공의와 전임의들의 파업으로 인해 발생한 업무 과중으로 인해 일부 외래 등 진료 일정을 축소하기로 했다.
서울대병원은 "현재 전임의와 전공의 파업 여파로 모든 교수들이 입원환자, 중환자, 응급환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진료와 야간 당직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기존 근무 외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의 파업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응급환자, 중환자, 입원환자 특히 코로나19 감염 환자분 등에 대한 세심하고 안전한 진료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따라서 서울대병원 내과에서는 8월31일 이후 일주일 간 연기가 가능한 외래와 시술 등의 진료를 축소하고 입원환자 진료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교수급 의료진과 남아있는 전임의들이 공백이 없도록 최대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다음주까지 파업이 이어진다면 피로 누적 등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무기한 파업시 수술 연기, 일부 과의 외래 진료 축소 등의 상황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도 "수술 일정이 미뤄지다 보니 입원 환자도 받지 못하게 된다"며 "장기화 될 경우 대체 인력의 업무 가중이 심화될 수 있어 최대한 빨리 마무리되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공의의 약 70%, 전임의의 약 30% 가량이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복지부가 지난 27일 기준 전공의 수련기관 200개 중 165개 기관에 문의한 결과 현원 8825명 중 현재 비근무 인원은 6070명이다. 68.8%가 파업에 동참했다. 전임의의 경우 1954명 중 549명이 실제로 근무를 하지 않았다. 비근무 비율은 28.1%다.
대형병원에서 업무 비중이 높은 전공의들과 전임의들이 대거 진료 현장을 비우면서 응급 환자가 제 때 진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26일 부산에서 약물을 마신 40대 남성이 응급처치를 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3시간을 배회하다가 울산까지 가서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경기도 의정부시에서는 28일 오전 5시께 30대 남성이 심정지를 일으켜 구급대원들이 응급실을 갖춘 시내 4개 병원에 문의했지만 '수용불가' 통보를 받고 40여 분 만에 한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사망했다.
정부는 이 같은 의료 공백에 의한 사고를 막기 위해 이날 대형병원에서는 응급·수술 등 중증진료에 집중하도록 경증환자 진료를 축소하고 119구급대의 경증환자 이송을 자제하는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