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예정된 실패 - 전공의 파업 본문
사실 의사협회장으로 최대집이 선출되었던 그 때부터 이런 상황은 예정되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일베 정회원과 다름없는 행보와 기이한 언행 등으로 의사를 과대표했던 그는 의사들을 그저 일베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스테레오화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고, 이제는 그가 아무리 옳은 말을 하든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한번은 맞지' 정도의 의미만 있을뿐 대다수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정부에게 의사수를 증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고, 박근혜 정부도 실패했던 시도가 성공의 목전에 다가왔으며, 결국 이번에도 무의미한 저항을 위해 불쌍한 전공의들이 총대를 메고 마이크를 잡았다.
좌우를 막론히고 대한민국 정부는 왜 의사수 늘리기에 집착하는 것인가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에 산재한 의료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의료취약지역 인프라 구축, 기피과 수가인상, 지역불균형 해소 등등이 필요하지만, 그중 가장 저렴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게 의사수 증원이니 일단 미봉책이라도 써보자는 것인데, 반대하는 의사들은 그저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하고 여론 밀어붙이기도 쉬우며 간편하기까지 하니 내가 정부여도 돈쓰기 싫고 생색은 내고 싶을때 쓸 수 있는 방법으로 고려할만 하겠다. 마침 일베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낙인찍혀 있으니 국민들에게 '꼬시다.'는 느낌 주기에도 좋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의사수 증원이 정부가 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물론 의사 N수가 늘면 확률적으로 이국종 선생님 같은 사명감 가진 의사가 좀 더 늘어날 가능성이야 있겠지만, 대다수의 의사들 또한 다른 직종과 마찬가지로 먹고사니즘에 충실한 직업인일 뿐이다. 더군다나 그동안 쏟아부었던 등록금이며 전공의하면서 혹사당했던 수련기간들을 떠올리면서 보상심리만 커지게 마련이다. 사명감을 가진 일부를 제외하고 대다수는 수요자와 공급자의 지식불균형으로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돈벌이를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뭐, 사명감 투철한 의사 몇명만 더 만드는게 목표라면 할말은 없다.
의사들 기분만 나쁘게 만들고 정책적 효과는 미미할 것이 뻔하지만, 결국 예정대로 의사수 증원은 이루어질 것이고, 전공의들은 예전의 파업들이 그랬듯이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밥그릇 싸움이나 한다며 사람들에게 비난이나 실컷 받을 것이다. 오늘 보복부 장관님께서 모 병원이 파업에도 불구하고 차질없이 돌아가는지 '시찰'을 나오신다고 했는데, 의사들의 파업은 단어만 과격할뿐 환자들의 생명까지 담보할정도로 무책임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만은 알고 계셨으면 한다. 평소에는 먹고사니즘에 충실한 직업인이지만, 어려운 시기에 병원을 닫고 무작정 대구로 달려갔던 이들처럼, 우리는 최소한 환자를 외면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의 이야기도 좀 들어봐주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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