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추운 겨울에도 박삼구 회장님 오는 날엔 아시아나 유니폼만 입고 7cm 힐을 신고 서 있었어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본문
박삼구 회장은 거의 매달 첫째 주 목요일 아침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를 찾아 여승무원들을 만났다.
- ‘회장님 맞이’는 언제, 어떻게 시작된 행사인가요?
“예전에는 이렇게 정기적이고 공식적인 행사는 없었어요. 박 회장이 가끔 오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인사하는 정도였죠. 그러다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갈라서면서 정기적으로 오게 됐죠. 의기소침해진 회장을 위해 ‘기운을 드리자'는 중간 관리자들이 있었어요. 처음엔 ‘악수 좀 해드리라' 식으로 승무원들을 이용했고, 박 회장은 본인을 승무원들이 반기니까 좋아하고, 그걸 보면서 관리자들은 더 적극적인 행동을 승무원들에게 요구했죠. 어느 순간부터는 박 회장이 ‘요즘은 승무원들이 나를 대하는 게 예전 같지 않아’라는 말 한마디만 나와도 난리가 나고 그런 식이었죠.”
- ‘회장님 온 날’을 어떻게 기억하세요?
“추운 겨울에도 박 회장 오는 날은 새벽부터 관리자들이 우르르 나와 있어요. 본사로 출근한 승무원들한테 회사 유니폼 외 옷들은 벗고 들어가라고 합니다. 7cm 힐을 신고, 회장님 오실 때까지 20~30분을 내리 서 있어야 합니다.”
“승무원들은 추운 날, 개인 코트나 얇은 패딩 잠바를 입고 다니는데, 박 회장 오는 날은 회사 내에서 유니폼 외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말라고 해요. 회장님 오는 날, 파트장들이 바깥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본관 들어갈 때, 외투를 벗고 들어가라고 말하는 걸 직접 봤어요.”
- 비행을 앞두고 식사하는 승무원도, 화장실 가는 승무원도 예외는 아니라면서요?
“회장님 오는 날은)관리자들이 우르르 돌아다니며 밥 먹는 승무원, 심지어 화장실 가는 승무원도 따라와서 회장님 맞이를 위해 데려갑니다. 비행 전 식사 때도 회장님이 오면, 숟가락 놓아야 할 때가 많아요.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시작하면, 그날 비행에 집중이 안 되고 실제 비행에서 꼭 실수가 생기더라고요.”
- 직접 만났을 때 박 회장이 한 말 가운데 기억에 남는 말 있나요?
“‘내가 너희 여성 승무원들 얼마나 예뻐하는지 아느냐?’, ‘너희 보고 싶을 때마다 핸드폰 사진을 본다.’ 이제껏 저희랑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핸드폰에 저장해뒀다고 들었어요. 또 ‘내가 운동을 열심히 해서 복근 생겼다. 한번 만져볼래?’도 있어요.”
- 박 회장 맞이 행사에 참여해서 업무에 지장 받는 일이 있었나요?
“문제가 되죠. 브리핑 시간은 보통 10분인데, 이 시간에 하는 일이 비행기 안에 응급조치 키트는 어디에 있는지, 승객들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 아주 중요한 시간이거든요. 국토교통부 관련 규정을 봐도 승무원들이 비행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돼 있어요. 그런데, 박 회장이 오면 이 브리핑에 참여를 못 하는 것이죠. 지난해 한 승무원이 장거리 비행을 가야 하는데, 박 회장 앞에서 ‘비행하러 가야 한다'는 말을 못하고 20~30분 붙잡혀 있다가 비행에 늦게 합류한 적이 있어요.”
- 신입 승무원들은 박 회장 사무실로 인사를 간다던데요?
“요즘은 교육원 수료식을 토요일 한대요. 수료식 하는 날 광화문 박 회장 직무실로 모든 승무원이 찾아가 인사를 한다고 하네요. 신입 교육 끝나고, 광화문에서 박 회장을 만나는 건, 매년 해온 일이라고 하고요.”
“2012년 승무원 교육 마지막 주엔 그 기수가 광화문에 가서 (박 회장 사무실이 있는) 27층으로 올라갔대요. 박 회장과 승무원들만 남는 것이죠. 덕담이랍시고 이런저런 얘길 나누는 거 같은데, 듣기로는 박 회장이 갓 입사한 승무원들에게 ‘너희들은 내가 모든 걸 이뤄서 부럽다고 생각하지만 하나 못 이룬 게 있다면 그건 비행탑승훈련 조교다. 그게 못다 이룬 꿈'이라 말을 했다고 해요. 조교는 승무원들하고 수영장 훈련을 하거든요.”
“(인권위원회 권고) 이후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봐요. 바지 유니폼은 강성 노조 조합원이나 입는 옷으로 찍힌듯한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어지간한 용기로는 입고 다니기 힘든 옷이죠. 바지를 선호하는 승무원이 있다는 건 분명해요. 동료 중에도 바지를 신청했더니, 다음날 파트장이 전화해서 입을 거냐고 묻는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전화까지 오니 무서워서 신청 취소했고요.”
“현재 바지 입는 승무원, 단발머리인 승무원은 소수고 이분들은 박 회장이 방문하는 매월 첫째 주 목요일엔 스케줄이 오프이거나 오후 출근이라고 합니다. 회장 눈에 아예 띄지 않게 다른 부서와 협의해서 조처하는 거죠.”
“블라인드에 올라오는 글 보면, ‘에어부산도 똑같구나’라는 생각했습니다.”
“분명한 건 에어부산 승무원들도 불만이 많았더라고요.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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