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역사에서 정치하는 검찰총장은 윤석열이 마지막이기를..

순실상궁과 환관들의 국정 농단이 만천하에 드러나 공주각하가 탄핵의 지경에 몰린 2016년 겨울, 대구 서문시장에 큰 불이 나 수백 명의 상인들이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었다. 성난 민심이 두려워 외부 행사를 끊고 궁궐에 칩거하던 공주 각하는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큰 불이 나자 동정 여론을 기대하였는지 칩거를 깨고 간만에 궁궐을 나와 서문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하였는데, 공주 각하가 돌아간 뒤 시장 상인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그 사정은 이러하였다.상인들은 갑작스런 화재에 생계의 터전을 잃고 한숨을 쉬고 있는데, 화재 현장에 행차를 한 공주각하는 상인들의 말은 듣지도 않고 상인들의 손을 잡아주지도 않고 화재 현장에 잠깐 머물며 동정심 유발하는 홍보 사진을 찍고는 곧장 궁궐로 돌아갔고, 그럴 거면 뭐하러 먼 데까지 행차를 했냐는 것이 상인들이 화가 난 이유였다. 부모 잃고 고아가 된 공주님이 불쌍하다고 극진히 떠받들었는데…

공주 각하에 이어 보수정당의 대권 후보가 된 홍준표는 경남도지사였음에도 경남이 아닌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선 출정식을 하였다. 그때 홍준표 후보는 고 성완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을 하겠다는 막말을 하였다. 말을 함부로 하는 건 그의 특기다. 홍준표 후보의 선거 캠페인은 색깔론과 ‘우리가 남이가’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막말 퍼레이드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역감정은 망국병이고, 가장 나쁜 정치는 개인과 집단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정치라는 걸 많이 배운 그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어제 대구를 다녀온 검찰총장 윤석열은 기자들을 검찰청사 앞에 불러 놓고 대선 출정 선언문을 방불케 하는 사퇴 발표를 하였다. 임기를 불과 석 달 정도 앞두고 돌연 사퇴를 한 건, 문재인 정권에 맞서 싸우다 사표를 던졌다고 분칠을 하려는 정치적 행위로 보인다. 그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권영진 대구 시장은 버선발로 뛰어나와 대구를 방문한 윤석열을 영접하였다. 검찰총장은 어느 공직보다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자리인데, 윤석열은 떠나는 순간까지 검찰총장의 자리를 개인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악용한 것이 아닌가.

윤석열은 왜 사퇴를 하기 전에 대구를 다녀왔을까. 공주 각하가 대구 서문시장을 찾고 홍준표 후보가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선 출정식을 했던 것과 유사한 걸까. 내일은 국립 현충원을 찾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노라고 방명록에 적지 않을까. 나는 정신과 의사는 아니지만 윤석열은 골목대장 그릇인데 누군가 헛바람을 불어넣어 과대망상 환자가 된 것만 같다.

우리의 역사에서 정치하는 검찰총장은 윤석열이 마지막이기를... 지역주의에 기대는 정치인은 정치판에서 퇴출되기를...